구절을 지우고 인쇄한 성경 — 1807년, 노예를 위한 성경
번역이 틀린 것도, 후대 필사자가 문장을 끼워 넣은 것도 아니다. 있는 본문에서 **특정 구절을 통째로 빼고 인쇄한 책**이다. 원문 훼손이 아니라 편집으로 이루어진 조작이라, 이 채널이 다루는 다섯 유형 중 가장 노골적인 사례다.
‘종이나 자유인’ 구절은 현재 남아 있는 사본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이는 갈라디아서 3장 28절이 빠진 사본이라는 학계 통설과 일치합니다. 왜 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번역이 틀린 것도, 후대 필사자가 문장을 끼워 넣은 것도 아니다. 있는 본문에서 특정 구절을 통째로 빼고 인쇄한 책이다. 원문 훼손이 아니라 편집으로 이루어진 조작이라, 이 채널이 다루는 다섯 유형 중 가장 노골적인 사례다.
확인된 사실
이 채널은 확정·학계 통설·논쟁 중을 구분해 적습니다. 확정은 자료를 열면 바로 보이는 것, 학계 통설은 다수 학자가 그렇게 보는 것, 논쟁 중은 지금도 갈리는 것입니다.
- [확정] 1807년 런던에서 서인도제도의 노예에게 가르치기 위한 성경이 인쇄됐다. 제목 자체가 '노예의 사용을 위해 골라 뽑은 성경의 일부'라는 뜻이다
- [학계 통설] 킹제임스 성경 전체 1,189장 가운데 232장 안팎만 남았다. 구약은 대부분이, 신약도 절반가량이 빠졌다
- [학계 통설] 빠진 것과 남은 것에 규칙이 있다. 해방과 탈출을 말하는 대목이 빠지고, 순종을 말하는 대목이 남았다
- [학계 통설] 출애굽기가 빠졌다.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야기다
- [확정] 에베소서 6장 5절 '종들아 순종하라'는 남았다. 개역한글로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이다
- [확정] 갈라디아서 3장 28절은 빠졌다. 개역한글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이다
- [학계 통설] 요한계시록도 빠졌다
- [학계 통설] 지금 남아 있다고 알려진 사본은 세 권뿐이다. 그중 하나를 미국 피스크 대학교가 갖고 있다
- [학계 통설] '노예 개종을 위한 협회'라는 단체를 위해 인쇄됐다
- [논쟁 중] 누가 어떤 구절을 빼라고 정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시 이 협회와 관계된 성직자들이 거론되지만, 편집 지시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못 박을 사료는 없다
- [확정] 2018년 워싱턴의 성서박물관 전시로 이 책이 널리 알려졌다
- [논쟁 중] 인쇄된 1807년은 아이티에서 노예 봉기가 독립으로 이어진 지 몇 해 뒤다. 다만 이 책이 그 사건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역본은 이 자리를 어떻게 옮겼나
| 역본 | 연도 | 이 자리를 어떻게 옮겼나 |
|---|---|---|
| 에베소서 6:5 (개역한글) | 1961 | |
| 갈라디아서 3:28 (개역한글) | 1961 |
이렇게 흘러왔다
- 1804 — 아이티가 독립한다. 노예 봉기가 나라를 세운 첫 사례다
- 1807 — 런던에서 이 성경이 인쇄된다
- 19세기 초 —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노예 교육·전도에 쓰인다
- 2018 — 워싱턴 성서박물관 전시로 널리 알려진다
참고 자료

자주 오해되는 자리
이 책을 부르는 말 — '노예 성경'이라고 부른다. 정식 제목은 '노예의 사용을 위해 골라 뽑은 성경의 일부'라는 뜻이다
흔한 오해: 영어 제목을 그대로 읽는 것 — 음성이 알파벳을 읽는다
이 사례의 유형 — 빼고 인쇄한 것이다 — 편집에 의한 조작
흔한 오해: 오역 / 번역 실수 — 번역 문제가 아니다
빠진 분량 — 전체 1,189장 중 200여 장만 남았다고 말한다
흔한 오해: '232장'처럼 딱 떨어지게 말하는 것 — 자료마다 세는 법이 달라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
편집을 지시한 사람 —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흔한 오해: 특정 주교가 지시했다고 단정 — 사료가 갈린다
이런 반론이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분량을 줄인 것뿐이다. 발췌 성경은 그 시대에 흔했다
발췌 자체는 흔했다는 지적은 맞다. 문제는 무엇을 뺐는가다. 분량 때문이라면 어려운 족보나 제사 규정이 먼저 빠져야 하는데, 탈출과 평등을 말하는 대목이 빠지고 순종을 말하는 대목이 남았다. 다만 편집자의 속마음은 사료로 알 수 없다. (학계 통설)
노예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의도적 도구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맞다. 단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남은 본문과 빠진 본문의 목록뿐이고, 그 목록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사실이다. 의도는 그다음 문제다. (논쟁 중)
이건 성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그 말이 맞다. 이 회차가 다루는 것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책을 만드는 사람의 손이다. 같은 본문을 두고도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감추느냐로 전혀 다른 책이 나온다는 것이 요점이다. (확정)
한국에서는
한국어 성경도 발췌본이 많다. 군인용, 어린이용, 병원용으로 골라 뽑은 성경이 지금도 나온다. 무엇을 골랐느냐를 보면 만든 사람이 무엇을 바랐는지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200년 전 서인도제도만의 일이 아니다.
근거로 삼은 본문·자료
- Wikipedia: Slave Bible
- Museum of the Bible (2018 전시)
- 개역한글판 (1961, 저작권 만료) — 에베소서 6:5 · 갈라디아서 3:28
- SBLGNT (CC BY 4.0)
이 채널은 종교와 싸우려는 채널이 아닙니다. 신앙을 존중합니다. 모든 주장에 출처를 달고, 학계의 통설과 논쟁 중인 사안을 구분해 전합니다. 반론을 환영합니다 — 근거와 함께 알려 주시면 다음 회차에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