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낯선 기억

2020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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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오빠 나 고딩때 못했던 미술 공부하고 싶어.

남자 : 오~ 그래 좋은 생각이야….홍대 갈꺼야? 아님 어디?

여자 : 아니…독일 가고 싶어….교수님도 내가 독일이 어울린데…

남자 : 엥? 독일????  음… 그래…그럼 가서 공부해….학비랑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보내줄께.

여자 ; 나 혼자 못가. 무서워. 오빠랑 같이 가지 않으면 안돼.

남자 : 아냐….누군가 돈을 벌어야 하자나.. 생활비는 어떡할꺼야.

여자 : 몰라. 암튼 오빠랑 함께 안가면 못가.

남자 : 아니 …내가 여기서 일하면 생활비랑 학비 보내주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여자 : 안됀다고…

남자 : 음….그럼 나한테 시간을 좀 줘. 일주일만.

그렇게 독일에 대해서 검색을 한다. 믿을건 인터넷.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었다.

그간 업무와 취미에만 사용했던 인터넷을 이젠 우리의 생활을 위해서 꿈을 위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일주일간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안정적으로 다니던 직장과 연봉을 그만두고 가야하나.

여수에 계신 부모님한테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

내 친구들은 다 버려야 하나.

더군다나 고딩때 3년 하고 말았던 독일어는 어떻게 해결 할것인가.

난 영어라고는 생존 영어 그 이상 이하도 아닌데?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여자에게 언제나 말했었다.

“ 꿈 없는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라고 누군가 말한게 있었다며….

여자가 이제야 가진 꿈.

태어나서 처음 해보고 싶은게 생겼단다.

독일 가자는 말을 할 때 그 반짝이던 눈빛을 외면할 순 없었다.

아니.

그 눈빛 하나만으로 이미 난 그 자리에서 독일행 항공권을 발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던 일주일은 핑계일뿐.

차근 차근 생각을 한다.

가장 문제는 돈과 독일어.

돈!!!

보험을 정리하고, 집 보증금을 정리하고, 그간 사 모았던 카메라, 노트북, 앰프, 스피커 등등등을 저분하고 모으면 거의 1억은 준비 할 수 있었다.

독일어!!

곧바로 강남에 있는 독일어 학원을 등록한다.

여자와 남자는 기초반부터 차근 차근 등록한다.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니는 학원이다.

학원이라고는 운전면허 학원 다녀본게 전부라고 한다.

여자는 학원에서 애들을 오랫동안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 학원이 낯설진 않나 보다.

첫 독일어 수업

첫 독일어 수업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느낌은 있다.

아~베~체~데~ 를 먼저 가르칠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강사는 그냥 읽기부터 했다.

물론 샬롸샬롸 독일어로 자기를 소개하고 어쩌고 저쩌고를 말한 후 한국어로 대충의 뉘앙스를 설명해준다.

남자는 그나마 고딩때 독일어 수업이 조금씩 생각나나 보다.

당시 독일어 시험도 곧잘 점수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근 25년이 지난 지금 독일어를 다시 하는거라 생초보나 다름없겠지.

여자는 역시 불안한 눈빛이 영역하다.

첫 수업 후 역시 그녀의 말은 빗나가지 않는다.

“오빠~ 나 독일어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데. ㅠㅠ”

그렇다. 문명인이 사용하는 언어중에 가장 어려운 언어중 하나가 독일어라고 했다.

우린 그런 언어를 배우려고 하고 있고,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속에 섞여서 살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가 아마 12월로 기억한다. 이듬해 6월에 우린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