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가야겠고

독일은 가야겠고

일단 독일에 간다고 결론은 냈다.
그럼 이제 남은게 뭐가 있나 생각을 했다.
결혼하고 가야지 아무래도 양가댁에서 허락을 해주겠지.
지금까지 뭐 내가 부모님 허락 맡고 아프리카를 다녀온것도 아니고….인도..파키스탄을 다녀온것도 아니지만 이번엔 몇년 단위로 나가는 것이니 조금이나마 형식은 갖춰야 하는게 도리라 생각을 한다.
물론 여자도 혼자 독일 간다고 하면, 아니 오빠랑 함께 간다고 하면 절대 집안에서 허락해줄리는 없고, 허락없이 나갈 여친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결혼식을 올리려니 돈이 필요했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자금을 모조리 모아밨다.
집 보증금, 약간의 적금, 보험 해지금, 구입했던 차도 팔고, 이렇쿵 저렇쿵 해서 모아보니 거의 1억이라는 현금이 내 통장에 있을수 있었다.
인생 사십몇년을 살고 내가 가진 현금이 고작 1억이라니.
이거 모조리 없애버리면 나는 진짜 빈털털이다.

예식장을 잡는다.
처음엔 웨딩 포토는 필요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찍는게 나을듯 싶어 웨딩 포토도 찍는다.
식당에서 양가댁 식구들만 밥 먹고 조촐하게 식은 대신하려 했지만 ‘한국의 집’을 식장으로 예약을 하게된다.
청첩장은 여자가 전공을 살려 직접 만든다.
역시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잘 만든다.
그렇게 청첩장을 뿌리고 한국 전통 예식을 올린다.

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날에 무사히 예식은 진행되지만 끝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남자의 부모님 얼굴이 굳어 간다.
굳어 간다.
굳어 간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들은 이전과는 그들과 가까이 있을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언젠가 남자는 그 엄마에게 말을 했었다.
” 엄마 난 만약 내 마누라랑 엄마랑 함께 물에 빠지면 내 마누라 먼저 살리고 볼거다. 혹시나 서운해 하진 마세요. 그리고 분명히 엄마도 구할테니….”
물론 그 어머니는 그게 당연하다고 맞장구는 쳐주셨지만 사람인지라 그래도 ….그래도다.

예식이 끝나고 첫번째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 남자도 그 여자도 유럽은 처음이다.
그 남자는 교회만 있을 유럽은 뭐하러 가냐며 다른 사람들을 핀잔 줬던 사람이었다.
그 여자는 평생의 소원이 유럽을 가보는거…그 중에 파리에 가보는게 소원중 하나였던 사람이다.

그들은 그렇게 평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독일로 신혼여행을 먼저 간다.
뮌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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