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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컬리스트 이소라
‘세 번째 봄’ 전국 순회 콘서트
23·24일 부산시민회관
·독보적 목소리, 세련된 음악
어디서 보았더라? 아니 어디서 들었더라? 처음 접했던 가수 이소라의 목소리를 기억해내고 싶어서 세월을 더듬어 보았다. 1994년이었다. 영화 ‘그대 안의 블루’의 주제곡을 김현철과 함께 불렀던 중성적인 목소리. 아찔했었다.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마치 녹음실에서 기술적으로 믹싱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 그 목소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이소라는 1993년 김현철 고찬용 같은 재주꾼들과 함께 했던 보컬팀 ‘낯선 사람들’에서 먼저 활약했다. 이 팀이 어떤 팀이냐. 정원영 김광민 조동익 손진태 같은 초호화 세션 연주자들이 참여했던, 세련된 서구적 팝의 감각을 일찌감치 구사한, 남다른 천재성이 어른거렸던 그런 팀이다. 여기서 벌써 이소라의 목소리는 다른 어떤 것과의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자기만의 빛을 발한다. “성부와 요부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곡예를 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비음은 관능 그 자체다.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여성 보컬리스트의 발견이다.” 이런 평가가 나왔다.
7장의 완성도 높은 음반 가운데 6집 ‘눈썹달’이 2007년 발표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94위에 올랐다. 2000년 이후 작품으로는 참으로 드문 일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낯선 사람들’의 1집이 37위였다는 것. 이소라의 음악에는 치명적인 데가 있다. ‘치명적’이라는 말은 ‘진솔한 감정의 몰두, 그것의 음악화’라는 뜻이다. 1, 2집의 ‘난 행복해’ ‘기억해줘’, 5집의 ‘겨울, 이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6집의 ‘바람이 분다’ ‘봄’ 같은 음악들. 삶과 사람, 사랑에 대한 기억이 가슴이 아프게 스며든다.
·결벽성이 만드는 앨범·공연
이소라는 최근 앨범인 7집 ‘겨울, 외롭고 따뜻한 노래’로 지난 제 7회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음반 및 노래 부문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의 공연은 다른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공연의 입장료 환불은 유명한 일화. 지난해 이맘때였다. 몸이 쓰러질 지경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그는 공연 뒤 “최선을 다 할 수 없어서 제 자신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시간과 기회를 다시 주세요.” 입장료를 모두 되돌려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엄격한 자기관리, 음악에 대한 순결함이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은 그를 통해서 전염됐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하면서 당시 댄스 음악이 주류였던 방송에서 실력파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음악 창구 역할을 했다.
이번 공연의 연주는 특급이다. 세션 연주자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각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이 땅의 음악가들이 이소라를 받친다. ‘바람이 분다’를 작곡한 피아니스트 이승환, 드럼 연주자로는 드물게 솔로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이상민, 자신의 음반을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 선정한 2009 베스트앨범 중 6위의 자리에 올린 기타리스트 박주원, 베이시스트 최인성이 그런 이름들이다.
▶이소라 콘서트 ‘세 번째 봄’. 23일 오후 8시, 24일 오후 7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566-9621.
김건수 기자 kswoo333@
‘철부지’ 봄을 살살 달래서 데려오겠다는 뜻일까. 가수 이소라(41)가 부산시민회관에서 꾸미는 콘서트 이름이 ‘세 번째 봄’이다. ‘봄’이라는 이름을 걸고 매년 차리고 있는 무대. 봄이 주춤거리는 지금, 때마침 그 이름이 절묘하다. 제발 봄을 데려와 주었으면 좋겠다. 올해 초 서울에서 시작한 소극장 형식의 전국 순회 콘서트다. 시간과 돈이 아깝기는커녕 충만한 만족감으로 내내
행복
하다는 것이 그의 콘서트를 본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말. 왜 그런가. 그의 발자취, 이번 공연의 의미 등을 들춰봤다.
여성 보컬리스트 이소라
‘세 번째 봄’ 전국 순회 콘서트
23·24일 부산시민회관
·독보적 목소리, 세련된 음악
어디서 보았더라? 아니 어디서 들었더라? 처음 접했던 가수 이소라의 목소리를 기억해내고 싶어서 세월을 더듬어 보았다. 1994년이었다. 영화 ‘그대 안의 블루’의 주제곡을 김현철과 함께 불렀던 중성적인 목소리. 아찔했었다.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마치 녹음실에서 기술적으로 믹싱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 그 목소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이소라는 1993년 김현철 고찬용 같은 재주꾼들과 함께 했던 보컬팀 ‘낯선 사람들’에서 먼저 활약했다. 이 팀이 어떤 팀이냐. 정원영 김광민 조동익 손진태 같은 초호화 세션 연주자들이 참여했던, 세련된 서구적 팝의 감각을 일찌감치 구사한, 남다른 천재성이 어른거렸던 그런 팀이다. 여기서 벌써 이소라의 목소리는 다른 어떤 것과의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자기만의 빛을 발한다. “성부와 요부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곡예를 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비음은 관능 그 자체다.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여성 보컬리스트의 발견이다.” 이런 평가가 나왔다.
7장의 완성도 높은 음반 가운데 6집 ‘눈썹달’이 2007년 발표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94위에 올랐다. 2000년 이후 작품으로는 참으로 드문 일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낯선 사람들’의 1집이 37위였다는 것. 이소라의 음악에는 치명적인 데가 있다. ‘치명적’이라는 말은 ‘진솔한
감정
의 몰두, 그것의 음악화’라는 뜻이다. 1, 2집의 ‘난 행복해’ ‘기억해줘’, 5집의 ‘겨울, 이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6집의 ‘바람이 분다’ ‘봄’ 같은 음악들. 삶과 사람, 사랑에 대한 기억이 가슴이 아프게 스며든다.
·결벽성이 만드는 앨범·공연
이소라는 최근 앨범인 7집 ‘겨울, 외롭고 따뜻한 노래’로 지난 제 7회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음반 및 노래 부문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의 공연은 다른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공연의 입장료 환불은 유명한 일화. 지난해 이맘때였다. 몸이 쓰러질 지경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그는 공연 뒤 “최선을 다 할 수 없어서 제 자신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시간과 기회를 다시 주세요.” 입장료를 모두 되돌려주며 머리 숙여
사과
했다. 엄격한 자기관리, 음악에 대한 순결함이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은 그를 통해서 전염됐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하면서 당시 댄스 음악이 주류였던 방송에서 실력파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음악 창구 역할을 했다.
이번 공연의 연주는 특급이다. 세션 연주자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각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이 땅의 음악가들이 이소라를 받친다. ‘바람이 분다’를 작곡한 피아니스트 이승환, 드럼 연주자로는 드물게 솔로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이상민, 자신의 음반을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 선정한 2009 베스트앨범 중 6위의 자리에 올린 기타리스트 박주원, 베이시스트 최인성이 그런 이름들이다.